산업기술 유출 실태와 대응방안 - <2009.09.24. 안산시민신문 성호칼럼에 실린 글>

by 전문검사관 posted Mar 2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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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인텔에서 AMD로 전직한 직원이 기술유출 혐의로 FBI에 체포되는 일이 일어났다.  19건의 칩 설계도면과 100페이지가 넘은 인텔의 기밀자료를 보관하고 있다는 혐의였다. 당시에는 인테에는 대규모 인력감축이 일어나고 있는 시점이었는데, 2008년 6월 인텔에서 퇴사하기 전에 이미 AMD에서 근무하기 시작한 것을 수상하게 여긴 직원이 신고하여 수사가 이루어졌으며, 결국 이중계약 기간 동안 인텔의 기밀자료를 빼돌린 것이 발각되었던 것이다. 비록 AMD는 해당 자료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했지만, 이 피의자는 90년 이라는 중형을 구형받았다.

 

   요즘 들어 이러한 기술유출 사례가 우리나라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그 심각성은 날로 더해가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휴대폰의 터치스크린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었다가 복제품의 생산 직전 적발되면서 다행히 기술의 상용화를 막을 수 있었다. GM대우 라세티 제조기술도 타가즈(Tagaz) 코리아는 러시아 자동차회사 한국법인의 연구개발센터장에 의해 유출되어 짝퉁 자동차가 생산되기도 했다.

 

   지난 8월 초에는 LG전자의 히트상품인 '휘센'에어컨의 금속표면처리와 관련된 핵심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하려던 이들이 검거되기도 했다. 중국으로 기술이 유출되었다면 약 1천2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검찰은 추산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나 대우조선해양, 포스코나 STX 중공업 등과 같은 대기업 등에서도 임직원이나 연구원들에 의한 기술유출이 시도된 바 있다. 한편, IMF 사태이후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에 의한 기술유출이 심각하다는 지적도 있다. 쌍용자동차의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그러한 예이다.

정부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06년부터 올 7월까지 총 127건의 산업기술 유출사고가 발새했으며, 피해 예상규모는 18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유출 유형 가운데 전,현직 직원이 기술을 빼돌린 경우가 무려 78.7%(100건)에 이르고 있으며, 특히 전직 직원이 유출한 사례가 58.2%(74건)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기술을 유출한 동기는 영리목적 및 금전적 유혹이 85%에 이르고 있으며, 약 50% 가량이 중국으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경우 우리나라와의 기술격차가 좁혀지고 있어, 우리의 기술을 가져갈 경우 바로 상용화가 가능한 수준에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기술 분야별로 볼 때, 전체 유출사고의 47.2%가 첨단기술이 집적되는 분야인 전기,전자 분야에서 발생했다는 보고이다.

 

   앞서 대기업에서의 기술유출 사례를 들었지만, 실제 기술유출이 더욱 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곳은 중소기업이다. 대기업들은 나름대로 기술유출을 방지하고 핵심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전문가를 고용하고 안전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어느 정도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금과 인력 부족한 중소기업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에 봉착하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정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술유출의 피해사례는 주로 중소기업(64%)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기업 당 평균 손실금액도 9억원을 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기술유출 실태조사와 보안시스템 구축을 지원하는 '중소기업 기술유출 방지사업'예산은 2010년도 1억 7천만 원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해 예산(10억원)의 20% 수준이다. 정부차원에서도 그 동안 기술유출 방지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온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2006년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산업기술의 부정한 유출을 방지하고 산업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 법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어야 할 대상기술을 통보받아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의 '국가핵심기술'이라 함은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 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에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산업기술을 말한다. 아울러 산업기술보호협회의 설립, 산업기술보호 관련 교육 및 산업보안 기술의 개발지원 등에 관해 명시하고 있다. 한편, 혁신형 중소기업의 핵심기술보호를 위하여 지난 8월에는 "중소기업 기술보호상담센터"를 개소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는 변호사, 변리사,산업보안 전문가 및 유관기관 전문가들을 Pool로 구성, 체계적인 상담지원은 물론, 온-오프라인 강좌개설, 산업보안 매뉴얼 개발 등을 통해 혁신형 중소기업의 기술보호를 전담하는 전문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의 산업기밀보호센터에서도 우리나라의 첨단기술과 경영상의 정보 등이 해외로 불법 유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산업보안 교육 및 보안 컨설팅을 통해 예방활동과 함께 산업스파이를 색출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제 기술유출의 문제는 개인의 윤리도덕의 문제나 개별기업이 처한 상황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회, 문화적 풍토에서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기술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 전문 기술자에 대해 인정해 주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 주는 조직문화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것이 기술유출의 문제이다.

 

   특히 요즈음은 평생직장의 개념이 아니라 평생직업의 개념이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가치관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감안할 때, 사회적, 규범적 차원에서 연구자들에 대한 기술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한탕주의 문화를 배격하고 기술자로서의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는 성취감을 부여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술개발에 성공한 연구자에 대한 확실한 인센티브 제도, 이직자나 퇴직자에 대한 기업이나 정부의 관리시스템도 필요하다. 

 

   또한 기술에 대한 기업의 관리시스템 확립과 기술보호 관련 전문인력의 양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개발된 기술을 단순히 연구자들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전문 인력을 두고 관리하는 한편, 기업의 핵심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철저한 보안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정부차원에서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보안교육이나 컨설팅, 보안시스템 구축 등을 지원하는 한편, 기술보호와 관련하여 중소기업이 쉽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학습체계를 개발, 운영하는 등 기술유출에 상시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다각적인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기술력은 우리나라 미래를 이끌어갈 핵심적인 경쟁력이다. 기술의 유출은 개별기업의 불행에 그치지 않고 엄청난 국부의 유출과 함께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때문에 기업과 정부가 함께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문제이다. 

 

김재덕/기업가치평가사

(재)경기테크노파크 기술개발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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